색소폰 배우기 // 황우 목사 백낙은.

 

 우리 가족은 음악 가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음악에 소질이 있다고 여긴다. 아내는 일흔 하고도 다섯이나 되었지만, 아직 교회에서 바이올린 연주도 하고 성가대를 하고 있으며, 큰딸도 꽤 큰 교회에 성가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아들도 기타를 잘 다뤄 다른 사람을 지도할 만큼은 된다. 둘째 딸은 피아노를 전공하여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유학을 하고 왔으며 막내딸도 성악을 전공했다. 그런데 유독 나만 어떤 악기도 다루지 못한다. 하지만 음치는 아니어서 남들과 섞일 만 하다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나도 한번 악기에 도전해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차일피일 미뤄왔다. 지난해 섣달 초순경 갑자기 어떤 악기를 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일어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 나이 7학년 9반인데 지금 악기를 배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적기라는 말이 생각나서 결단을 내렸다.

 

 무슨 악기에 도전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음악을 전공하신 어떤 장로님에게 자문했더니 색소폰을 권하는 것이다. 색소폰은 너무 흔한 악기이니 다른 악기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그래도 색소폰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시면서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이었다. 아마 내 나이를 생각해서 가장 쉬운 악기라고 생각하여 추천한 것이라 여긴다.

 

 악기가 결정되었으니 구체적으로 악기를 구하는 일이 남았다. 색소폰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았으나 넘고처지는 것이다. 대부분이 중국산이지마는 중고라도 어떤 것은 수백만 원이나 하고 기종도 다양하여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소식을 들은 막냇사위가 자기가 불던 것이 있다고 하여 그것을 가지고 왔는데, 중국산이지마는 꽤 괜찮은 수준의 것이었다. 우선 금빛이 번쩍여 보기에도 있어 보여 좋았다.

 

 그다음 단계는 스승을 찾는 일이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았으나 마땅치 않아 색소폰 전문학원에서 배우기로 하였다. 우리 집에서 자가용으로 약 30분 거리에 있지만 3개월을 계약하였다. 처음 한 달 동안은 1주일에 두 번, 그다음부터는 한 주간에 한 번씩 가는 것인데 아직 두 달이 채 되지 못했지만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색소폰은 알토 색소폰인데 가만히 살펴보니 얼마나 정교하게 잘 만들었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알토 색소폰의 경우 23개의 키(단추)가 있다. 그 키들을 아직 다 사용할 줄도 모르지만 신기하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 악기가 저절로 생긴 것은 아닐 터인데, 이 악기를 처음 만든 사람이 얼마나 노심초사(勞心焦思)했을까!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試行錯誤)를 경험했을까를 생각하니 저절로 머리가 조아려진다.

 그러나 악기 중의 제일은 우리 인간의 몸통이라 여긴다. 물론 사람마다 몸의 대소나 사용 기법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이보다 더 신비로운 악기가 또 어디 있겠는가. 이 좋은 악기를 선한 용도로 잘 사용해야지 잘 못 사용하면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소음만 내는 양철통이 되기 때문이다.

 

 어떻든 색소폰을 시작하고 보니 자꾸만 그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소리를 내는 것조차도 어렵고, 호흡도 딸려 제소리를 내기도 힘들어 삑삑거리는 소리가 자주 나서 식구들에게 민망스럽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제 음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때는 가래가 끓는 것 같은 소리와 애간장을 녹이는 것 같은 그 음색이 나에게 애원을 하는듯하여 더욱 나를 매료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좋은 것은 찬송가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쉬운 곡을 100여 곡은 어렵게라도 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그뿐이 아니라, 옛날에 부르다가 잊어버린 가곡이나 가요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옛날 어린 시절 뒷동산에 올라가 목이 터져라. 고성방가를 했던 추억에 사로잡히기도 하여 회춘을 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내가 전문 연주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다듬고 연마하여 교회의 소규모 모임에서라도 한 번쯤 연주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특히 우리 협회 행사 때 꼭 한번 연주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연습 중이다. 할 수 있다. 아자 아자.

 

Posted by 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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