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만 한 구름이 보입니다. // 황우 목사 백낙은.

 

지난 427일 남북의 두정상이 만나 소이 판문점 선언이라는 통 큰 합의를 이뤄냈다. 금년 연초만 하더라도 누가 먼저 핵단추를 누를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렇게 한반도에 평화의 낭보가 날아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지난 십 수 년 간 우리 정부가 통일 대박이라는 구호는 외쳐 댔지만,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물론 국제 정세라는 것은 조석변이기 때문에 누구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은 안다. 갑자기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완전한 핵 폐기, 종전선언, 각종 문화교류를 비롯한 이산가족 만남,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등, 굵직굵직한 선언이 이어진 것을 보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에 나는 포항에서 두 번이나 큰 지진을 경험했다. 하지만 포항에서 100여리쯤 벗어난 지방에서는 미동도 느끼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판문점에서 일어난 이 지진은 전 세계에 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음을 본다.

 

! 얼마나 갈망했던 소식이었던가! 그동안 얼마나 간절히 소원했던 일인가! 70여 년을 기다렸던 낭보가 아닌가! ! 좋다. 멋지다! 감사합니다! 라는 탄성이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70여 년 동안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사는 동포들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도 잘하면 자가용으로 평양에 가서 옥류관 냉면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는 희망도 생기고, 기차를 타고 유럽을 횡단할 수 있는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푼다. 캄캄한 밤이었는데 여명이 동터 오르는 형상이다.

 

이렇게 전 세계가 환영의 박수를 치는데, 유독 우리나라 보수정당에서 위장 쇼라고 비아냥거리는 정치가들이 있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이 잘되는 것을 눈뜨고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당리당략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모르지만, 그런 말을 하는 그 사람의 마음도 오죽 아플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 정치가 아무리 다른 당이라 할지라도 잘했을 때는 박수를 쳐주고, 좋아할 줄 아는 풍토가 하루속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구약성서 열왕기(왕상 18:40-50)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의 범죄로 인하여 3년 반 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 엘리야 선지자는 갈멜 산에서 바알 선지자 450명과 운명의 결판을 하기에 이른다. 그들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후, 아합 왕에게 큰 비 소리가 들리니 빨리 돌아가라.”는 통보를 한다.

 

그다음 엘리야는 얼굴을 두 무릎 사이에 넣고 죽기를 각오한 기도를 시작했다. 사환에게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무슨 징조가 있는지 바다 쪽을 살펴보라고 명령한다. 여섯 번이나 그렇게 했지만 어떤 징조도 보이지 않았다. 일곱 번째 사환이 말하기를 바다에서 사람의 손 만 한 작은 구름이 일어나나이다.”라고 보고한다.

 

조그만 사람의 손 만 한 구름을 보고 큰 비가 올 것을 확신한 엘리야는,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아합 왕에게 비에 막히지 않게 마차를 갖추고 빨리 내려가라.”고 했지만, 엘이야의 말을 믿지 못하는 아합 왕은 코웃음을 치면서 비웃기만 했다.

 

그래서 엘리야는 허리를 동이고, 왕의 마차의 말고삐를 잡고, 이스르엘 평지까지 아합 왕 앞에서 달려갔다. 아합의 병거가 큰물에 갇히지 않게 하려고 갈멜 산에서 이스르엘 평지까지, 적어도 30 km나 되는 거리를 달렸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 위로 떠 오른 손 만 한 구름을 대수롭지 않게 보았지만, 엘리야는 큰 비의 징조로 보았고, 하나님은 그 믿음대로 3년 반이나 가물었던 대지에 큰 비를 허락하셔서 이스라엘 민족을 살리신 것이다.

 

지금까지 60년을 실패 했으나 70년 만에 나는 판문점에 떠 오른, 사람 손 만 한 작은 구름을 본다. 물론 역사는 사람의 손을 통해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 믿지만, 분명히 축복의 장맛비로 쏟아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암 그렇고말고! 머지않아 우리 7천만 겨레가 모두 다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수월래를 부를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하나님의 능한 손길이 함께 해 주실 것을 간절히 기원해 마지않는다.

 

 

Posted by 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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