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예절을 말한다. // 황우 목사 백낙은.
사람의 됨됨이와 그 인격이 가장 잘 나타나는 때가 그 사람의 말과 식사 때라 여긴다. 말도 그렇지만 식사예절을 보면 그 사람과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일이다. 관광차 중국에 가서 어떤 4성(星)급 호텔에 묵었는데 같은 호텔에 중국 사람들이 많았다. 식사는 뷔페식이었는데 식사 시간만 되면 자리 차지하기와 음식 갖다 나르기 전쟁이 벌어지곤 했다.
중국 사람들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다수의 사람이 앞 다투어 음식을 가져다가 식탁에 쌓아 놓고 먹다가 태반이나 남기고 가는 것을 보았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한국 사람들의 식사 태도는 양반이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도 좋지 못한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중년 여성이 자기 딸과 함께 여행을 왔는데, 그 어머니가 딸에게 먹이려고 접시에 음식들을 담아 나르기 시작하더니, 그 소중한 음식을 그대로 남기고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과연 그 딸이 그 엄마에게서 무엇을 배울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제가 오늘 식사예절에 대해서 언급하려고 하는 것은 내가 식사예절의 공부를 따로 했거나 전문가라서가 아니다. 나도 옛날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밥상머리 교육을 기초로 한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일 뿐이다. 하지만 도저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어 필을 들었다.
요즘 TV프로그램에서도 공공연히 방영되었지만 자기가 먹던 숟가락으로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것을 자주 본다. 우리나라에 와서 배웠는지는 모르나 신사의 나라라고 알려진 영국 사람들도 친구끼리 서로 먹여 주는 것을 보았다. 이런 행동은 사랑하는 부부간에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이런 것을 보는 어린이들이나 시청자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까 봐 걱정이다.
우리나라의 밥상문화는 된장이나 물김치 같은 것을 큰 그릇에 담아 놓고 온 식구가 숟가락으로 함께 퍼먹는 것을 예사로 여겼다. 하지만 이런 관습도 바꿔야 한다. 앞 접시를 사용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젓가락으로 반찬을 이것저것 집어보거나, 휘저어 놓는 것을 보는데, 자기 침이 묻은 것을 왜 다른 사람이 먹을 음식에 묻혀 놓는지 모르겠다.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람 중에도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더러 보인다. 너무 허리를 굽히고 음식을 허겁지검 끌어넣거나, 한입에 너무 많은 음식을 투입하여 우걱우걱 씹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까지 보이는 행동은 꼴불견이다.
옛날엔 식불언(食 不言)이라고 하여 식사 때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예의였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가족끼리라도 식사 때가 아니면 달리 대화를 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이 다 들리도록 큰소리로 대화를 하거나 큰 소리로 웃는 행위는 볼썽사나운 짓이다.
또 식사를 마치고 후식을 먹을 때 손가락으로 수박씨를 파내거나, 젓가락으로 이를 쑤시는 것을 보기도 하는데, 정말 이해 못 할 꼴불견이요 나라 망신이다. 사람의 손이라는 것은 인체 중에서 가장 불결한 곳 중의 하나다. 아무리 손을 씻었다고 해도 악수 한 번이면 더러워질 수 있고, 물건 한번 쥐면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뷔페에 가서 식사를 할 때 가장 꺼림칙한 것이 음식을 담는 집게다. 이 사람 저 사람 다수의 사람이 쥐었다가 놓고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주로 많이 이용하는 아이스크림 통에는 대장균이 득실 그린다고 들었다.
옛날에는 우리 어머니들이 뒤집어서 아기 코를 닦던 그 치마로 숟가락을 닦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요즘도 숟가락총을 잡지 않고, 입으로 들어가는 부분을 손으로 잡고 숟가락을 돌리는 것을 보면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그리고 우리가 어릴 때는 식사 때 왼손을 사용하는 사람은 불효막심하다 하여 상종도 안 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요즘 왼손잡이를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머리가 좋아진다고 해서 일부러 왼손잡이를 만드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사 때 양손잡이를 하는 것은 서양이 아닌 동양문화에선 보기 흉한 행동이다.
상차림 예절은 제사상을 차릴 때와 같이 어동육서(魚東肉西)니, 동두서미(東頭西尾), 배복방향(背腹方向). 숙서생동(熟西生東). 홍동백서(紅東白西)와 같은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간장 종지가 늘 중앙에 있었고, 어른 상에는 높이가 낮은 그릇을 오른쪽에 놓았고 왼쪽으로 가면서 높이가 높은 그릇을 놓았다. 또 한 가지는 어른들이 좋아하시는 반찬을 어른들 앞쪽에 두었고, 그렇지 않은 반찬을 멀리 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럿이 함께 식사를 할 때는 반찬 그릇을 편리한 곳에 두면 되겠지만, 밥그릇과 국그릇, 그리고 수저를 놓는 위치 정도는 알아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왼쪽으로부터 밥그릇, 국그릇, 그리고 숟가락, 그다음이 젓가락의 순이다. 물론 이 방법도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생긴 관습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동남아에 가서 손으로 밥을 먹는다고 그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 나라의 문화에 따라 식사예절도 다르기 때문이다. 식사예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제멋대로 사는 세상이라고는 하나 우리 후손들에게 이런 기본적인 밥상머리 예절이라도 가르쳐서, 그 어느 곳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동방예의지국의 위상을 더 높였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