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병상일지. * 기도와 응답 * [2019년 5월 25일(토)]
지난 5월 11일 아침이었다. 아내보다 내 컨디션이 더 좋지 않았다. 병원에서만 일곱 달, 집에 와서도 한 달이 넘도록 밤낮 아내의 뒷바라지 하면서 긴장 속에 살았으니 안 그럴 수 있겠는가!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안 좋아서 그런지 속까지 메스껍다. 그래도 아내의 운동을 거를 수 없어 휠체어에 태웠다. 휠체어를 타는 동안은 아내가 곧잘 깨어 있어서 나의 아픔쯤은 금방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나도 여든이 넘은 사람이라 차츰 힘에 겨워지는 것 같아서다. 병원에도 자주 가야하는데 그 때마다 119나 응급차를 부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은 내가 아내를 휠체어에 태울 수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감당할까를 여러모로 생각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전동회전시트 터니에보”를 차에다가 장착하면, 환자를 이송하기 좋다는 것이다. 내가 타는 자가용 SM5에는 터니에보를 장착할 수가 없다고 한다.
SUV 차량이나, 차고가 조금 높은 차에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장착 비용이 800여만 원이 넘게 든단다.
현재 내 형편으로는 이를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단념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성경 말씀에 “구하라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라.”(마7:7)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우리 주님께 구하기로 했다.
“주여! 당신의 딸이 40여 년 동안 부족한 이 사람을 도와 헌신했습니다. 아내가 있었기에 내 목회가 가능했다는 것 아시지요. 그런데 그가 마지막에 병들었는데, 터니에보 차량쯤 타는 것이 호사는 아니겠지요. 저를 작은 시골 교회만 목회하게 하셔서, 제게 돈이 없는 것도 아시지요. 제가 자원은퇴를 할 때도 전별금을 가지고 교회와 밀땅을 하기 싫어서, 교회가 주는 대로 400만원을 받고 은퇴한 것 아시지요. 제가 호사를 누리자는 것이 아닌 것도 아시지요. 제게 터니에보 차량 한 대 주십시오.”
그리고 찾으라 하셨으니 방법을 찾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내 앞에 어떤 문이 있으면 두들겨 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엘리아처럼 7번이라도 간구 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망루에 서서 두 눈 크게 뜨고 내 기도를 하나님이 어떻게 응답하시는지 지켜볼 작정을 했다. 내 기도가 이뤄지거나 이뤄지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않고 기도하지 않는 것은 나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행여 나는 지각이 부족하여 은(銀)을 구했으나 하나님은 금(金)으로 응답해 주실 분이시기 때문에 앞으로 또 어떻게 응답하실지 지켜보기로 했다. 이 일이 성취되기 까지는 하나님이 주무시지도 않으실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중고차가 있는지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내 사정에 맞는 차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기도제목을 자녀들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내 속으로만 기도했는데, 지난 21일이었다. 큰딸이 내게 말하기를 “내가 보태드릴 테니 차를 한 대 사서 전동회전시트를 장착합시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나님께 지난 5월 11일 “전동시트를 장착한 차량 한 대 주십시오.”라고 기도한지 꼭 10일이 되는 날이었다.
궁리 끝에 오늘(5월 25일) 더디어 새 차를 계약했다. 비록 큰 딸을 통해서이지마는 내 기도가 이렇게 빨리 이뤄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또 전동회전시트를 장착하는 비용 800만원을 더 마련해야 하지만, 이것도 하나님이 허락하시리라 믿는다.
차가 소형이지만 전동회전시트를 장착하기에 좋은 차라고 하니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내 형편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기도의 응답으로 주셨기 때문에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리면서, 다른 내 기도도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좋은 것으로 응답해 주실 줄 믿으며 할렐루야 아멘을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