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사진 한 장.
낡은 옛 사진첩에서
작고하신지 40년쯤 된
지금의 내 나이만큼의
아버님 사진 한 장 찾았다.
머리는 백발이지만
유순한 눈동자
근엄하신 턱수염
굳게 다문 입술.
그 모습에 저절로 머리 숙여진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얼굴엔 밭이랑 같은
주름살 내려앉았고
그 사이사이마다 염기 배인
땀방울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부정모혈(父精母血)이라고
아버님의 피땀으로 빚어진 난데
그 어른이 바라는 삶 살고 있을까?
지금이라도 장죽담뱃대 들고
호통하실 것만 같아 옷깃을 여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