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연습 // 황우 목사 백낙은(원)
이 가을엔
이별 연습을 하게 하소서.
지난 봄 한바탕 정사를 치루고
잔뜩 생명을 잉태한 가을
아람들 익혀 보내듯 하게 하소서.
이 가을엔
꽃단장한 잎새들도
훌훌 털고 떠나보내듯
아무리 아픈 이별일지라도
의연(依然)할 수 있게 하소서.
이 가을엔
소슬한 고추바람 불어와
내 가슴을 공허로 채운다 해도
뜨거웠던 열정의 편린으로
화사한 새 봄을 꿈꾸게 하소서.
* 아람 : 밤이나 상수리가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상태. 또는 그 열매.
* 고추바람 : 살을 에는 듯 매섭게 부는 차가운 바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