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격의 장광(長廣) 고저(高低) // 황우 목사 백낙은.

 

사람은 누구나 인격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품격이라 할 수도 있고, 됨됨이라 할 수도 있으며, 인간다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인격이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다고 해도, 공장에서 찍어낸 벽돌같이 한결같을 수는 없다. 그 인격에 있어 길이()와 넓이(), 높이()와 깊이()가 다르게 마련이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길이는 길지만, 폭이 좁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폭은 넓지만, 깊이가 얕은 사람도 만난다. 얕은 시냇물소리가 나는 사람도 만나는가 하면, 천길 폭포수 같은 우렁찬 소리가 나는 사람도 있다. 조그만 꽹과리 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에밀레종 같은 웅장한 소리가 나는 사람도 있다.

 

인생의 넓이도 마찬가지다. 조그마한 웅덩이 같이 속이 좁은 사람도 있고, 태평양과 같은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다. 그 이상(理想)이 하늘에 닿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항상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는 걱정에만 사로잡혀 사는 사람이 있음도 사실이다.

 

이번에 나는 일생일대의 큰 경험을 하는 중에 있다. 아내가 중환자실에 20일간이나 있다가 일반 병실로 옮겼지만, 아직 위중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80 평생 중, 50년 가까이 아내와 함께 살았을 뿐만 아니라, 4남매와 증손들까지 있어 외로운 줄 모르고 살다가 요즘은 우두커니 혼자 집을 지키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변고를 당해보니, 사람의 인격의 장광고저(長廣高低)가 인생의 이런저런 고난을 통해서 더 심오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쇠가 얼마나 여러 번 풀무 불에 들어갔다 나왔으며, 얼마나 여러 번 장인의 쇠망치에 맞았는가에 따라 그 강도를 달리 하는 것처럼, 사람도 고난을 겪어보지 않으면 그 품격이 고매해질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하지만, 아무리 경험이 중요하다고 해도, 살인의 경험이라든지, 강도나 절도의 경험이라든지, 죽음의 경험, 등등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간접경험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이런 간접경험을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는 방법이 가장 유효하리라 여긴다. 그러나 독서라는 간접경험도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인격의 장광고저(長廣高低)와 품격을 고양(高揚) 시키는 중요한 요소는, 다른 사람과의 입장교환(立場 交換)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든다면, 장애인이나, 불우한 자, 또는 약자의 입장에 서 보기도 하고, 때로는 상사나 하급자의 입장에 서보는 등, 서로의 처지를 바꾸어 보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입장교환이라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죽는 날까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한다. “내가 이루었다 함이 아니요 잡았다 함도 아니라. 다만 앞에 있는 푯대를 향하여 달음박질한다.”는 바울의 말처럼, 지금부터라도 인격신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나도 늦었지만 십자가에서 벌린 팔로 전 인류를 감싸 안은 예수님을 닮아, 저 하늘 같이 높고, 바다 같이 깊고, 넓은 인격의 소유자가 되기를 간절히 소원해 마지않는다.

Posted by 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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