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人生) 八苦. // 황우 목사 백낙은.
어떤 고난의 사람은 “우리의 연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라”고 했다. (욥14:1) 결국 사람이 산다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수고와 슬픔뿐이라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내 일생에 행복했던 순간들을 합하면 겨우 일주일 정도밖에는 안 된다”고 했더니, 또 어떤 사람이 반발이나 하듯이 “나의 일생에 행복했던 순간을 다 합치면 24시간밖에 안 된다.”고 했다.
물론 이런 말을 한 사람의 의도는 행복했던 날의 시간을 계산하려는데 있지 않고, 고난의 연속이 바로 삶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라 여긴다. 어떻든 석가는 인생에게는 八苦가 있다고 했다.
1. 생고(生苦)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는 고통을 말한다. 본인이 감지하든 못하든 간에 생고(生苦)는 실로 큰 것이다. 열 달 동안 편안하게? 지내다가 마지막에 좁디좁은 관문을 통과하여야 하며, 탯줄이 잘리는 아픔을 맛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가 태어날 때 그렇게 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2. 병고(病苦)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각종 질병에 속절없이 노출되어 각가지 병에 시달리는 것이 인생이다. 평생에 병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요즘에는 각종 성인병이 많아지고 있으며, 그 성인병의 나이가 차츰 낮아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조금만 아파도 큰 병 아닌가 하여 이 병원 저 병원을 불이 나게 드나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르는 게 약이라고 “병원에 가서 큰 병이라도 발견되면 어떻게 한 담”하는 병원 공포증에 걸린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인생 그 자체가 질병과의 싸움이라 하겠다.
3. 노고(老苦)
원하든 원지 않든지 간에 늙어지는 괴로움이 있다. 몸과 함께 마음도 늙어졌으면 좋으련만 육은 늙어 가는데 마음은 오히려 젊어져 가는데 괴로움이 더한 것이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노라면 과거엔 상상도 못 했던 낯선 늙은이가 거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는 아픔은 늙어보지 않고는 모를 것이다.
거기다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현재의 늙은 내 모습을 깨닫는 것은 더 아프기만 하다. 어느 날 갑자기 “할아버지”라는 칭호를 들을 때도 그렇고, “이 사람 영감 다됐네.” “나이는 못 당하는 거구만.” 이런 말을 들을 때 마치 전기 충격을 받는 것 같은 고통이 전해 온다. 쉰을 넘고 회갑이 지나면 차츰 괴로움이 가중되고, 고희(古稀)를 지나 쏠 수(率壽)가 되면 더 큰 허무감이 몰려올 것이 분명하다.
4. 사고(死苦)
40여 년 동안을 목회하면서 많은 사람의 임종을 지켜보았다. 여러 모양의 죽음을 보면서 역시 죽음이라고 하는 것은 최고의 고통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죽음 그 자체도 괴로운 것이겠지만 자기의 죽음을 수용하기까지가 더 괴롬인 것 같다.
끝까지 자기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심한 분노와 좌절과 갈등, 그리고 두려움으로 사지를 뒤틀고 얼굴은 일그러져 차마 볼 수 없을 지경이 된다. 절대타자 앞에 설 준비가 되지 못한 데 대한 두려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5. 애고(愛苦)
유행가 가사에서도 사랑을 눈물의 씨앗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분명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다. 애고(哀苦)는 사랑의 열도(熱度)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지만, 사랑은 분명 괴로움이다. 사랑엔 수고와 피땀이 따르고 희생이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의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겨야 하는 아픔으로부터 시작하여,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괴로움, 그리고 이뤄질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괴로움은 창자를 씹는 것 같은 고통이 분명하다.
6. 비고(悲苦)
슬픔의 괴로움을 말하는데, 병으로 인한 슬픔, 이별로 인한 슬픔,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고통, 재난과 실패와 좌절, 그리고 가가운 사람들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사람은 울고 태어나 눈물 마를 겨를 없이 살다가 눈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이 인생이라 할 수 있겠다.
7. 별고(別苦)
이별하는 괴로움을 말한다. 우리 인간은 일평생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며 산다. 헤어짐 즉 이별의 서러움이 얼마나 컸던가. 소꿉친구를 비롯하여 첫사랑을 주었던 선생님, 수많은 친구나 연인 등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때로는 부모나 처자까지도 이별하거나 사별하는 경우도 있다. 그 괴로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겠는가.
8. 회고(會苦)
이별만이 괴로운 것은 아니다. 만남의 괴로움 또한 대단한 아픔기도 하다. 정을 떼기도 어렵지만, 정을 붙이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특히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인 나는 더욱 그렇다.
정 떼기가 한없이 어려운 나는 부득이 임지를 떠날 때는 “다른 곳에 가서는 이제 다시는 정 주지 말고 살아야지”하고 몇 번씩 다짐해 보지만, 말이 그렇지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만나고 사귀는데 따르는 고통도 이별의 고통보다 못하지 않다. 특히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매일 만나야 하는 때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생 팔고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지만 어찌 인생에 있어 팔고(八苦) 뿐이겠는가. 그래서 석가는 108번뇌라 했고, 옛 어른들은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한 것이리라 여긴다.
하나의 파도가 인생의 뱃전을 치고 지나가면 또 다른 파도가 다가와 세차게 때린다. 그 파도가 무사히 지나갔다고 안도의 숨 한 번 쉬기도 전에 또 다른 파도가 몰려와 우리 인생의 뱃전을 때리는 것이다.
유행가 가사처럼 그래도 빈주먹 들고 태어나서 옷 한 벌 건졌으니 그런 다행히 어디 있겠으며, 같이 걸어갈 부부라는 길동무 얻었으니 천만다행 아니겠는가. 그 외에도 가족과 이웃 친지, 그리고 글벗 얻은 것에 대하여 감사하면서 사는 것이 인생(人生)팔고(八苦)를 이기는 비결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