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이란 무엇인가? // 황우 목사 백낙은(원)
인생이란 무엇인가? 이런 제목을 붙이고 보니 너무 광범위하고 막연한 것 같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망설여진다. 톨스토이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역사적으로 계속해 왔던 질문이기도 하지만 역시 의문점(question mark)으로 남는 것이 사실이다.
인생 문제를 알고 싶어 하는 어떤 동방의 왕이 신하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물었다고 한다. 그 신하는 500권의 책을 권하면서 “이 책들을 읽어 보시면 인생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왕은 500권의 책을 다 읽을 수 없으니 다시 요약해 오라고 명령했다는 것이다. 그 신하가 그 500권의 책을 50권으로 요약해 왔으나, 왕은 그것도 많으니 다시 요약해 오라고 했다. 그 신하가 20년이 지난 후 한 권의 책으로 간추려 가지고 와서 “왕이여! 이 한 권의 책만 읽으시면 인생이 무엇인가를 아실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임종이 가까운 왕이 그 한 권의 책도 읽을 수 없으니 인생을 한마디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자, 그 신하가 말하기를 “인생이란 태어나서 고생하다가 죽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줄 라이언 헉슬리는 인간을 진화 속의 인간으로 보았고, 카를 마르크스는 경제적인 인간,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심리학적 인간, 피렌 키엘 캐 골은 실존적 인간, 마르틴 부버는 대화 속의 인간, 라인 홀드 니퍼는 죄인으로서의 인간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인생은 한마디 철학적인 용어로 정의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닌듯하다.
사르트르가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B는 Birth 즉 태어남을 말하고, D는 Death 즉 죽음을 말하며, 그 사이에는 C 즉 Choice 선택이 있다는 뜻이다.
위에서 학자는 인생은 고생뿐이라고 했지만, 사르트르는 인생이란 그 사람의 선택 여하에 따라 고생이 되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한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E 즉 eternal life가 있다고 믿는다. 불교에서도 전생과 이생과 그리고 내생이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 기독교에서도 영생(eternal life)이 있다고 믿는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거의 모든 사람이 내세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사는 것이 사실이다.
부모님이 운명하시거나 누가 세상을 떠나면 십중팔구는 돌아가셨다고 하거나, 소천(召天)하셨다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내세에 대한 희망(기독교에선 소망이라고 한다)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망은 우리를 강하게 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군대는 희망을 품은 군대이며, 세상에서 가장 강한 국민도 희망으로 무장된 국민이다. 따라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도 희망을 소유한 사람일 것이다.
인간은 영혼을 가진 존재이며 이 땅에 살지만, 영원과 연결된 삶이라는 사실이다. 과연 우리의 삶에서 희망을 빼 버린다면 남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결언하면 인생이란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존재가 아니라, 절대타자로부터 보냄을 받은 존재요, 이 세상에서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다시 회귀(回歸)하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마지막에는 우리를 이 땅에 존재케 한 그 절대 타자에게 이 땅에서의 삶을 결산보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