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꽃. // 황우 목사 백낙은.
다소곳하게 고개 숙이고
가지런히 등불 밝힌 채
사립문 내다보는 초롱꽃 아씨.
춘삼월 봄바람도 지나가고
오뉴월 훈풍이 부는데
때늦은 정분이라도 났는가!
초경(初更) 지나 삼경(三更)인데
허리가 다 꼬부라지도록
여태 첫사랑을 기다리는가!
눈에 버팀목 지르고
신랑 기다리는 다섯 처녀처럼
애간장이 다 녹는구나.
다시 올 기약도 없는 임
밤새워 기다리는 심사(心事)
차마 못 할 일인가 하여라.
* 초경(初更) : 하룻밤을 다섯으로 나눈 맨 첫째의 부분《저녁 7시에서 9시 사이》.
* 삼경(三更) : 밤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