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향기. // 황우 목사 백낙은(원)
우박처럼 쏟아지던 육이오의 포화
초연(硝煙)이 사라진 추풍령 고갯마루
시골길 칠십 리 외할머니 댁에 가던 길
부서진 탱크와 대포들 엎드려 통곡을 하고
낯선 코쟁이 군인들 웅성대는 철조망 곁
반짝이는 포장지 속에 조그만 물체 하나
조심스레 포장을 뜯어보니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까만 덩어리 한 개
이게 무엇일까?
행여 독약은 아닐까?
“내가 먼저 먹어 볼 테니
내가 죽거든 너는 먹지 마라.”
신신당부 하신 후 외할머니께서
조금 떼어서 입에 넣으신 다음
“괜찮다. 너도 먹어 봐라”
항상 배고픈 시절이라 죽을 각오로
까만 물체를 나누어 먹고 나서
이제나 저제나 죽는 시간만 기다렸는데
죽음보다 강한 달콤한 그 맛과 향
아직도 잊지 못하는 아련한 초콜릿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