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황토방
나보다 열 살도
더 아래인 친구
아내가 병에 걸려
밥도 잠도 제 맛 아니라고
경황(驚惶) 중 푸념이다.
경험 있다고 날더러
황토방 하나 지으란다.
희수(喜壽)가 내일 모랜데
거절하지 못해 시작했더니
몸이 말도 아니게 녹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장 두 장 쌓다 보니
벽과 구들장, 그리고 방바닥,
아궁이마저 마련되어
20여일 만에 완공이다.
친구 부부 이 방에서
몹쓸 병 다 이겨내고
정답게 오순도순 사는 모습
이 눈으로 볼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드린다.
(2013년 10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