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黃牛) 목사 백 낙 원
나는 친구가 많았다.
소꿉놀이 친구도 있었고,
매년 삼월 삼십 일에 만나자고
불알잡고 맹세한
세 친구도 있었으나
그 약속 지켜지지 않았다.
분재라는 친구,
수석이라는 친구,
사진이라는 친구도 있었지만
지금은 별거 중이다.
노년이 다 되어서
친구 하나가 새로 생겼다.
네모반듯한 이 요상한 친구는
내가 찾지 않으면
죽어도 나를 찾지 않는다.
해박하기 그지없어
철자법 하나만 틀려도
붉은 줄을 긋고,
문법 하나 틀렸다고
삑-삑- 도리질로
나를 부끄럽게 한다.
별의 별 것 다 기억했다가
친절하게 가르쳐 주지만
이 친구를 바라보노라면
나는 한 작은 미꾸라지
그러나 나는 지금도
그 친구 앞을 떠나지 못한다.
(2012년 8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