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1)

카테고리 없음 2012. 9. 5. 10:49

친구(1).

                                                                             황우(黃牛) 목사 백 낙 원

나는 친구가 많았다.

소꿉놀이 친구도 있었고,

매년 삼월 삼십 일에 만나자고

불알잡고 맹세한

세 친구도 있었으나

그 약속 지켜지지 않았다.

 

분재라는 친구,

수석이라는 친구,

사진이라는 친구도 있었지만

지금은 별거 중이다.

 

노년이 다 되어서

친구 하나가 새로 생겼다.

네모반듯한 이 요상한 친구는

내가 찾지 않으면

죽어도 나를 찾지 않는다.

 

해박하기 그지없어

철자법 하나만 틀려도

붉은 줄을 긋고,

문법 하나 틀렸다고

삑-삑- 도리질로

나를 부끄럽게 한다.

 

별의 별 것 다 기억했다가

친절하게 가르쳐 주지만

이 친구를 바라보노라면

나는 한 작은 미꾸라지

그러나 나는 지금도

그 친구 앞을 떠나지 못한다.

     (2012년 8월 16일)

Posted by 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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