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장잔고 27원의 주검. // 황우 목사 백낙은(원)
지난 2015년 2월 10일 용산 경찰서와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7일 오전 10시10분께 서울 용산구 보광동 한 다세대주택의 1층 단칸방에서 장 모(79) 할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장 모 할아버지는 화장실도 없는 5평 단칸방 침대에서 홀로 이불을 덮고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는 것이다. 장 모 노인에게는 5명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장잔고가 27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자녀가 다섯 명이나 있는데도 불구하고 쓸쓸하게 운명하신 이 죽음에 대하여 우리는 과연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요즘 세대가 늙은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 하고, 부모들도 할 수만 있으면 자녀 신세를 지지 않으려는 세대인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녀들의 부모에 대한 무관심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자녀가 한 둘이라면 사정이 어려워 부모님을 돌볼 수 없는 형편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섯 자녀 모두가 다 어려워 홀로 병환을 앓고 계신 노부모를 돌보지 않고 내팽개치다시피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긴 누구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자녀들에 대한 문제이다. 그래서 자식 자랑을 함부로 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4남매를 두었다. 이들이 매달 얼마씩 저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 부부가 병원에 입원을 한다든지 아니면 집안에 목돈이 필요할 때 사용하곤 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 말 중에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장 모 노인의 다섯 자녀가 부모에게 조그마한 관심이라도 보였더라면 다섯 자녀를 키우느라 피땀을 흘린 노령의 아버지가 그처럼 쓸쓸한 죽음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 아니겠기에 하는 말이다.
“노인의 씨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자기들은 생전 늙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지만 불원간에 자기도 늙은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오늘날 사회복지에 대한 법체계의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장 모 노인은 기초생활수급으로 생활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폐결핵으로 병원신세를 자주 져 왔지만 행정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의료비지원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장 모 노인을 담당했던 사회복지(社會福祉)사에 따르면 장 모 노인은 가벼운 물건도 직접 들어 옮길 수 없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장 노인은 의료급여 대상이라 추가 의료비 지원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자녀가 있지만 그 자녀가 부모를 전혀 돌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에 처한 노약자를 도와줄 수 없는 것이 기초 복지제도의 허점이라 하겠다. 부모를 전혀 돌보지 않는 자녀 열 명이 있으면 무얼 하겠는가 말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개정도 시급하다고 여겨진다.
물론 우리 인생이 이 세상을 떠날 때에는 빈손 들고 간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지만 죽을 때 통장 잔고가 27원 뿐이었다면 국가는 물론 우리 모두 책임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라 여긴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냉정함과 무관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이러한 외로운 죽음을 하는 이들이 없도록 자녀들과 사회의 각별한 배려와 당국의 적절한 시책이 시급한 시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