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죽선 / 황우 목사 백낙은(원)
가지 말라고
그토록 애원했는데
봄바람 선뜻 가버리고
어느덧 훈풍 불어와
한 겹 두 겹 표피를 벗긴다.
송알송알 땀방울 맺힐 때
옛 조상님들의 친구
합죽선 꺼내 펴면
서리서리 접어 두었던
사군자 산수화 자태를 뽐내고
휘파람새 날아간
느티나무 풋내 짙은 그늘
설렁설렁 신선 흉내를 내면
없던 거드름도 피어나고
이른 오월 더위도 오수를 즐긴다.
by 삼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