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 목사 백낙원.

 

내가 은퇴를 한 후 이곳 포항의 조그마한 농촌 마을에 정착 한지도 이미 20년이 되어 간다. 마을 주변에 두세 개의 저수지와 들레 길이 있어 산책하기도 좋은 환경이다. 그뿐만 아니라, 앞산과 뒷산이 마을을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으로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인심 좋은 마을이다.

 

그런데 매년 겪는 일이지만 연말연시가 되면 우리 집 앞 2차선 도로가 매어지도록 차들이 붐빈다. 가까이에 있는 경북 수목원이나,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월포나 칠포 같은 동해안에서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함인 것 같다. 왜 하필 새해의 일출에만 초점을 맞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긴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해돋이와 해넘이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밤이면 달님과 별님을 보는 여유도 있어 날마다 감격을 느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새해의 일출이 어제의 일출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왜 굳이 새해의 일출에만 집착하는 것인가 말이다.

 

춘향전 중에 이몽룡이 방자에게 저 부채 끝을 보아라고 하니, 방자가 이몽룡을 놀리느라 부채 끝에 아무것도 없는데요,”라고 했다. 이몽룡이 왈 아니 이놈아. 부채 끝만 보지 말고 저 건너에서 그네를 타는 춘향을 보라는 말이다라고 했다는 대목이 있다.

 

수천 년 동안 반복되는 일출인데, 사람들이 왜 하필 부채 끝 같은 새해 일출에만 의미를 부여하는지 모르겠다. 태양만 볼 것이 아니라, 동해의 푸른 바다를 뚫고 용솟음치는 그 태양 뒤편에 계신 조물주를 왜 보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시편 8:3-4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의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관대 주께서 저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관대 주께서 저를 권고하시나이까라는 말씀이 뇌리에 스친다.

 

그리고 아침의 시라고 일컬어지는 시편 35절에도 내가 누워 자고 깨었으니 여호와께서 나를 붙드심이로다.”라는 말씀을 보면서, 오늘 나의 하루 하루하루가 하나의 기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감사의 마음으로 두 손을 모은다.

 
Posted by 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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