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노는 법을 배워두라. // 황우 목사 백낙원.
오래전부터 나는 후배들에게 당부해온 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미리미리 혼자 노는 법을 배워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귓전으로 흘려버리면서 “지금 바빠서 눈코 뜰 새 없는데 노는 법을 배워 두라니 노망난 늙은이라”고 핀잔을 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노인의 씨가 따로 있는 것 아니라는 말과 같이 따지고 보면 그리 많은 날이 남은 것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혼자 노는 법을 익히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운동이나 놀이 같은 것은 상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 상대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퇴직을 하고나니 친구가 줄어들었고, 그 남은 친구들도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거나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젊은 때는 복싱을 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상대가 있어야 하고, 그 상대에게 몸이나 마음에 상처를 주고받아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다른 축구나 테니스 같은 운동도 해 보았지만, 상대가 있어야 하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래서 생각다 못하여 혼자 할 수 있는 취미생활로 수석(壽石)을 시작했다. 참 좋은 취미활동 중 하나이다. 공기 좋은 산야로 나가 탐석(探石)을 하니 적당한 운동도 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는 그저 그만이었다. 그러나 수석은 생명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내 싫증이 나고 마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그래서 생명이 있는 분재를 시작했다. 이 또한 좋은 취미생활이다. 한 때는 분재와 수석 전시회를 할 만큼 수준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무거운 분재나 수석에 물을 주고 관리하는 것은 건강에도 매우 유익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혼자 놀 수 있는 방법으로 서예(書藝)를 하고 서각(書刻)을 해 보기도 했다. 시간이 무료할 때 모든 잡념을 잊고 서예나 서각에 몰두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 다음은 낚시였다. 낚시를 갈 때에도 여럿이 함께 가서 법석을 떠는 것 보다 혼자 조용한 호수를 찾아가서 세월을 낚고 명상에 잠기는 것도 여간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러다가 사진을 취미로 해 보았다. 지금은 핸드폰이나 디지털 사진기의 기능이 많이 좋아져서 아무나 찍으면 작품이 되지만, 옛날 필름 사진은 상당한 기술이 요하는 것이었다. 돈이 좀 드는 일이긴 하지만 옛날 찍어 둔 사진을 보면서 옛 추억의 조각들을 건질 수 있어 좋은 취미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지금도 혼자 노는 방법으로 농사도 조금 짓고 소나 염소나 칠면조 같은 다른 짐승들도 키워 보았지만, 또 다른 취미활동을 하고 싶어졌다.
아내는 피아노도 치지만 얼마 전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여 지금은 교회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고, 나는 승마(乘馬)를 시작하였다. 내 나이 희수(喜壽)를 넘겼지만, 무료하게 노인정에 앉아 고스톱이나 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늙었다는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일흔에 승마를 배운 다음 말을 한 마리 구입하여 집에서 기르면서 타기 시작했다. 일흔 다섯이 될 때까지 온 산천을 두루 다니며 승마를 했지만 말이 병으로 폐사하는 바람에 이제는 승마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는 나이 들어 외롭지 않기 위해 혼자 노는 법을 배우려 많은 노력을 해 왔다. 혼자 노는 법 중에 하나는 컴퓨터이다. 요즘에는 컴퓨터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수필을 쓰고 시를 쓰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만, 컴퓨터도 못하는 늙은이들을 보면 어떻게 무료함을 달랠까 하는 생각에 애처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지금이라도 무료한 시간이면 전에 익혀 두었던 취미생활을 다시 할 수 있어 다행이라 여긴다. 지금은 가끔씩 산을 오르거나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사치스런 이야기를 한다고 핀잔할지 모르지만 조금만 부지런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취미활동들이라 믿는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은퇴하신 다른 친구들은 아파트 생활이 감옥생활과 같다고 하면서, 당신은 그야말로 낙원에 산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어 보곤 한다.
“아뿔싸! 늦었구나.” 하는 말처럼 비참한 말도 없으리라 여기면서, 더 늦기 전에 혼자 노는 법을 익혀 두어 노년에 외로워하거나 무료하게 허송세월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