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1월 24일(일)
아침에 아내에게 “오늘 주일이니 예배드리자”라고 하자, 아내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마도 주일인데 교회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가운가보다. 딸들과 손녀, 그리고 아내와 함께 5명이 모여 출 32:1~6을 읽고 “야훼종교의 타락”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고 예배를 드렸다.
본문은 모세가 하나님의 명을 따라 시내산에 올라가 계명을 받고 있을 때 일어난 사건이다. 그 척박한 시내산에서 40일이 가깝도록 내려오지 않는 모세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백성들이 아론을 찾아가서 새로운 신을 만들자고 겁박하기에 이르렀다.
그 상황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아론이 그들의 요구를 따랐겠는가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민주주의의 다수결의 원칙의 단점도 여기에 있다.
견디다 못한 아론이 백성들에게 금붙이들을 가져오라 했고 우여곡절 끝에 금송아지가 탄생하기에 이른다. 그렇다고 야훼종교를 완전히 도말하지는 못하고 야훼종교에 금송아지 종교를 접목시켰던 것이다.
5절을 보면 전과 같이 제단도 쌓았고, 여호와의 절일도 지켰을 뿐만 아니라, 야훼께 하든대로 새벽부터 번제와 화목제사도 드렸다. 그러나 교묘하게 바알종교의 방식인 먹고 마시고 일어나 뛰노는 제법(祭法)을 가미했던 것이다. 이는 야훼종교의 변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바알신은 풍요의 신이다. 바알은 아세라신의 아들인데, 아세라는 가슴에 24개의 유방을 달고 있는 옛날 농경시대의 풍요를 상징하는 신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도 이때와 다르지 않는 듯하다. 강단에서는 항상 뻐꾸기처럼 축복을 외쳐댔고, 만사형통을 노래했다. 예수는 믿으면서도 금송아지 종교 즉 풍요의 신인 바알신앙에 사로잡혀 이방신과 합일을 이룬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예수는 믿으면서도 물질만능주의와 숫자제일 주의에 사로잡혀 본질을 잃고 만 것이라 여긴다.
오늘날 교회와 신도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야훼 종교의 방식대로 제단도 쌓고, 새벽기도도 하고, 번제와 화목제사도 드리면서도, 바알종교의 제사방식인 먹고 마시고 일어나 춤추는 것을 “은혜 충만”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현실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물질이 악하다든가 전적으로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거기에 몰입될 때 타락의 길을 걷게 된다는 말이다.
오세니야 미크로네시아에 나우루 공화국이 있다. 인구는 1만 명 정도인데 면적은 울릉도의 1/3정도이다. 정부에서 전 국민에게 매년 1억 원 정도의 생활비를 주고, 주거나 교육, 의료비가 모두 공짜라고 한다.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나라인데 그 이유는 희귀자원(稀貴資源)인 인광석이 풍부한 섬이어서 1980년대 1인당 국민소득이 2 만 달러가 넘었다고 한다.
이 섬은 철새들의 기착지여서 수 천년동안 쌓인 새똥이 산호 층과 배합되어 인광석이 만들어 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소비에만 치중하고 즐기는 일에만 신경을 쓰는 국민이 되었다. 외국인 노동자를 불러와서 가정부 일을 시키고, 공무원을 시킬 뿐만 아니라, 비행기로 외국에 나가 쇼핑이나 즐기는 터였다.
그 후 30여년이 지나고 나니 청소하는 법이나 요리하는 법까지 다 잊어버리고 일이라는 개념까지 없어지고 말았다. 먹고 놀고, 여행을 다니고, 즐길 거리만 찾다보니 윤리도덕이 땅에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국민 80%가 비만이요, 당뇨나 성인병으로 조기 사망률이 세계 1위 국가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2천 년대 들어서 부터는 인광석이 바닥이 나기 시작하고, 인광석을 자꾸 캐내다보니 국토가 바다보다 낮아져 존재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우리 한국 교회도 축복을 강조한 덕택에 물질적인 부요는 이루었다. 하지만 영적으로 보면 기우(杞憂)이기를 바라지만, 나우루 공화국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질적인 풍요는 언젠가는 사라지고 마는 것이며, 사람은 영과 혼과 육으로 된 존재이기 때문에 육적인 만족만으로는 결코 행복할 수가 없는 법이다.
그래서 모세는 출34:12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가나안 7족속을 완전히 멸하고, 풍요의 신인 아세라와 바알을 찍어버리라고 했던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크리스천의 마음속에도 알게 모르게 물질만능주의 금송아지가 자리 잡고 있지는 않는지 항상 살펴보아야 하겠다. 언제나 자기 자신 속에 있는 아세라나 바알에게 매일매일 철퇴를 가해서 다시 고개 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신앙생활이요 승리의 요건이라 믿는다. 아멘.
오후 3시에 출발하여 오어사가 있는 오어지로 갔다. 오어지를 대대적으로 수리하고 있어서 볼품이 없었지만 병풍처럼 둘러쳐진 주변 산들은 가을 나들이옷으로 갈아입고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날씨가 화창하고 온화하여 오어사에서 잠시 아내를 휠체어에 태워 경내를 구경을 시키고 집에 돌아오니 5시 30분경이었다. 오늘 너무 장거리를 다녀왔기 때문에 밤에는 팔다리 운동만 조금시키고 일찍 자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