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의 꿈.(8-1 ) // 황우 백 낙 은

 

나는 어느 날 오후 신록이 우거진 깊은 산골짝을 헤매고 있었다. 산천은 푸르다 못해 흑색에 가까웠고 골은 깊었다. 그곳은 내가 오랫동안 다녔던 것으로 짐작되는 신학교(神學校)”란 간판이 붙은 건물이 있었다. 이제 이 학교를 졸업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교장 선생님을 찾아뵙고 졸업장을 달라고 간청했다.

 

그 주변에는 다른 학생들도 줄지어 서 있었는데 하나같이 칙칙한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그들도 나와 같이 졸업장을 받으러 온 것으로 보였다.

순서에 따라 내 차례가 와서 교장 선생님 앞에 섰다.

 

이름이 뭐지?”

백 아무개입니다.”

교장은 자기 옆에서 큰 바인더 두 개를 찾아내었는데, 한 개의 바인더에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이상한 글씨가 가득했고, 다른 하나에는 사진이 가득 담겨있었다. 언뜻 보아도 내 일생이 파노라마처럼 기록된 사진첩 같았다.

교장은 그 책들을 꼼꼼히 살펴보더니

이놈 보통 놈이 아니네.”라고 말하고는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테니 집에 가서 기다려!”라고 하면서 나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 골짜기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침 홍수가 나서 검붉은 흙탕물이 강은 물론 도로까지 범람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거기다가 기관총으로 무장한 폭도들이 총을 쏘기도 하고 소이탄을 발사하면서 강을 건너지 못하도록 저지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잡혀갔지만 나는 용케도 그 폭도들의 눈을 피해 도도한 강물을 건너 천신만고 끝에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가 도대체 어디일까?

벽은 하얗게 칠해져 있었고, 세상은 온통 희색천지였다. 그리고 방안은 온갖 이름 모를 기계와 로봇들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내 몸은 실오라기 하나 없이 발가벗겨진 채 침대 위에 눕혀져 있었고, 내 몸 여기저기에 여러 개의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으며, 수많은 전극선이 연결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지가 침대에 묶여 있었다.

여러 차례 힘을 다해 목청껏 소리를 질러 보았으나, 내 목소리는 사방의 흰 벽을 뚫지 못했고, 아무도 내 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하얀 가운(gown)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 서너 명이 우주복과 같은 장비를 뒤집어쓴 채 나타났다.

그들이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면서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둥글게 만들어 OK사인을 보내기도 하고

이런 세상에!”

오 마이 갓!”

기적이야. 기적.”이라고 하면서 어깨를 으쓱으쓱 치켜세우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복권이라도 당첨된 사람들처럼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기뻐하면서 말이다.

 

Posted by 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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