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의 꿈.(제 8-2 회) // 황우 백 낙 은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났다.
온몸에 연결되어 있던 여러 개의 전극선도 하나둘 걷히고, 수족도 자유로워져서 운신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간호사 한 사람을 어렵게 불러 세우고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며, 내가 왜 여기에 누워 있는가?”
간호사의 대답은 대충 이러했다.
“당신이 타고 가던 북 유럽행 비행기가 계기 고장으로 항로를 이탈하여, 알래스카의 어느 얼음판에 불시착하였다. 영하 5~60도의 추위에 승객들이 모두 동사를 하였는데, 당신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 시신을 이곳 국립의료연구원으로 옮겨, 최신의 과학적 방법으로 해동을 시킨 결과 살아나긴 했지만, 식물인간이 된 지 꼭 13년 3개월 10일 만에 회생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부터 13년 전이니까 그때 내 나이는 77세였고, 지금은 90세가 되었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간호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요즘엔 많은 사람이 보다 더 오래 살기 위해서 현대과학의 힘을 빌려 냉동 인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망하면 2분 내로 체내에 항응고제와 항산화제 등을 주사한 다음, 저온 관류치환 수술을 하고, 다시 자동 저온설비로 옮겨 2천ℓ의 액체질소로 채웠다가 영하 196도로 유지되는 특수 용기에 보관해 안정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적당한 시점에서 그 냉동인간을 해동시키는 기술이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하면 체온을 물리적으로 내려, 생리기능을 유지하고, 다시 심폐기능을 소생시키는 설비까지 갖췄다는 것이다.
그럼 “당신들은 왜 우주복 같은 옷을 입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곳의 의사들은 요즘 창궐하는 각종 바이러스와 전염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우주복과 같은 위생복을 입는 것이라”했다.
“그럼 내 가족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당신은 연구 대상이었기 때문에 치료비는 없지만, 너무 오랫동안 식물인간으로 있어서 가족들이 당신을 포기했고, 지금은 연락처마저도 알 수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니 살이라고는 한 점도 없는 유령이었고, 몇 개 안 되는 머리카락도 백발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