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의 꿈.(제 8-3 회) // 황우 백 낙 은
그리고 또 며칠이 더 지난 후, 간호사에게 “이제 기력을 조금 되찾았으니, 병실 밖에 나가보면 어떻겠는가?”라고 물었다.
“지금 병실 밖은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으니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면서 외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여러 차례 간청한 결과, 30분간의 말미를 얻어 로봇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병원 앞 정원으로 나갔다. 정원이라고는 하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9월 중순 날씨인데도 스산하고 서늘했다.
하늘은 온통 뿌연 우윳빛 운무가 잔뜩 끼어 있었고, 각종 수목은 미세먼지나 산성비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 이미 죽어 버린 고사목 사이사이에 겨우 숨을 쉬는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가 노란 잎사귀 몇 개를 힘겹게 붙잡고 서 있었다.
특히 자동차 매연 탓에 호흡도 곤란하고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나 13년 만에 외출이니 병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안타까운 나머지 명상에 잠겨 있는데, 나를 호출하는 삐삐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로봇은 알았다는 듯이 내 휠체어를 밀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한 두어 주간이 더 지나고 나니, 내 몸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있었다. 시내를 구경하고 싶다고 간청했더니, 약간의 짬을 얻어 시내로 나갔다. 로봇 대신 짧은 지팡이 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거리로 나선 것이다.
수많은 희색의 빌딩들은 하늘을 찌르고, 매연 탓에 빌딩 꼭대기가 보이지 않았다.
정오인데도 햇볕이 황사와 미세먼지에 차단되어 새벽과 같았다.
거리는 차들로 넘쳐 났고, 길게 연결된 소시지처럼, 가고 있는지 서 있는지를 모를 정도로 서서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운전자들 중에는 이상한 차를 타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운전자는 참을 수가 없었던지 가속 페달을 밟으니 차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내가 꿈을 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늘을 쳐다보니 공중에는 작고 신기한 잠자리 같은 것들도 날아다니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등에 조그마한 예취기 같은 동력기를 짊어졌는데, 머리 위에 프로펠러가 달린 작은 헬리콥터였다.
이 아파트 옥상에서 저 아파트 옥상으로 날아다니는 것이 마치 고추잠자리와도 같았다. 드론을 닮은 형형색색 소형 헬리콥터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녀도 거기에 관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교통이 너무 혼잡하여 이런 소형 헬리콥터가 개발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