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의 꿈.(8-4 ) // 황우 백 낙 은

 

길을 걷는 행인들은 모두 하나같이 로봇처럼 무표정하였으며, 행동들은 느리고 둔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대기가 오염되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답답하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질반질한 대머리였고, 대머리가 아닌 사람이라 해도 마치 염병을 앓은 사람처럼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져 있었다.

 

그리고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 열사람 중 서너 사람은 장애를 가졌거나 기형이었다. 눈알이 툭 튀어나온 사람, 코가 거꾸로 붙어있는 사람, 귀가 하나뿐인 사람, 팔다리가 여러 개인 사람, 머리만 가분수인 사람, 뼈가 흐느적거리는 사람, 바람만 불어도 넘어갈 것만 같은 깡마른 사람, 복부 비만으로 인하여 자기 몸도 가누지 못하는 사람 등, 피카소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피부 색깔도 동양인인지 서양인지 모를 정도로 섞여 있었다.

 

배가 고파서 간식을 사려고 어떤 슈퍼마켓에 들어갔더니, 채소류, 잡곡류, 과일류라는 코너가 있기는 하나, 인스턴트나 엑기스로 만들어져 팩이나 병에 담겨져 있었다.

거리에는 식당이나 각종 음식점 같은 것들을 찾아볼 수가 없었고, 다만 약국과 비슷한 상점들이 여기저기에 있는데, 이것들이 음식점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 엑기스나 알약 몇 개만 사서 먹으면 식사가 해결되는 것이다.

 

거기서 아기를 안고 있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아기가 참 예쁘군요.”라고 했더니, 억지웃음을 웃어 보인다.

아기가 몇 살입니까?”

이제 갓 돌을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서너 살이나 된 아이같이 크기도하고 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만이었다.

 

요즘은 부부가 인생을 더욱 즐기기 위해 아기를 낳지 않기 때문에 아기를 갖고 싶으면 국립의료연구원 부설 아기은행에서 시험관 아기를 분양받아 기른다는 것이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특별히 무슨 할 일이 있는 사람 같지 않았다. 모두 무엇에 혼이 빠진 사람이거나, 알코올 중독자나 아편쟁이 같은 몰골을 하고 있었다. 제복을 입은 군인들도 보였지만, 그들도 역시 패잔병 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 군인들이 가진 무기도 총이나 검 따위가 아니라, 조그마한 장난감 같은 권총을 차고 있었는데 아마도 레이저 빔(beam)을 쏘는 장치 같아 보였다.

 

Posted by 삼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