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의 꿈.(8-6 ) // 황우 백 낙 은

 

그리고 여기저기 아파트 90% 세일이라는 광고가 어지럽게 나붙어 있지만, 매매가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살지 않는 아파트들이 흉물스럽게 이곳저곳에 버티고 서 있었다.

 

그리고 정치마저 엉망이어서 아무도 정치인들을 믿어주지 않았으며, 정치는 이제 백성들의 관심 밖의 일이 되고 말았다.

 

조지 오엘의 1984년이라는 책에서와 같이 큰 형이 나타나 권력의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백성들은 김정은이 다스리는 이북과 같이 그저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할 뿐, 저항 한번 못하고 두려움에 떨면서 움츠리고 있었다.

따라서 종교계도 약육강식의 초원법칙이 지배하고 있어 작은 종교시설은 크고 좋은 종교시설에 흡수 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를 세계 여러 나라와도 체결했지만, 중국과 체결한 FTA가 재협상에 실패한 후로 외교마찰이 생겨 민생이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재래종들은 깡그리 사라졌고, 국적불명의 유전자 변형과일과 슈퍼(super)동물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정부에선 연신 어떤 식품은 유해하니 먹지 말라는 공고는 하고 있었지만 어떤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었다.

 

과일나무도 한 나무에 대여섯 가지 과일이 달려서 이것이 무슨 나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없을 지경이고, 어느 철에 어떤 과일이 나며, 어떤 채소와 곡식이 어느 철에 나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위의 공고를 보아서도 짐작이 가는 일이지만, 재래종 씨앗은 물론 가축들도 마찬가지였다. 누렁이 황소는 홀스타인에 밀려났고, 조선돼지는 요크셔에 밀려났으며, 삽살개, 진돗개는 사라지고 셰퍼드나 도사 반종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다시 택시를 타고 교외로 나갔다. 바람이라도 불면 곧 날아갈 것 같은 몰골을 하고 위태롭게 걷는 내 모습이 가련했는지, 어떤 묘령의 아가씨가 할아버지 어디 가세요?” 하고 물었다.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식물인간이었기 때문에 노화가 지연되었는지는 모르나, 나이가 그렇게 많이 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걷다가, 나의 지난 이야기를 대충 들려주었더니, “! 그러세요?” 하면서 옆으로 다가와 내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고 팔짱을 끼는 것이었다.

 

내게 호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껄렁한 사내들이 주변을 서성이고 있어 행여 봉변이라도 당할까봐 두려운 모양이었다. 마치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와 같은 모습이 연출되었다. 모처럼 맡아보는 여인의 향기인지라 기분이 좋아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Posted by 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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